"올레감수광" 죽마고우가 쓴 신간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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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용머리산악회 총무를 맡고 있는 고호성입니다.
뭍으로 나온 우리 제주인들은 고향에 대한 막연한 부채의식 같은 게 있을 지
모릅니다.
고향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내놓으라 독촉하지 않습니다.
무표정하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깊은 우리 제주네 사람마냥 언제나 반갑게 오라합
니다.
올레는 빠른 걸음이 아닌 느림의 미학입니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가슴여미게 다가오는 우리의 고향 제주속의 올레를 생각해 봄
은 어떠실지요
(주)컬처플러스 tel. 02-2264-9028 ������ 홍보담당 염아영 주임 ������ cultureplus@naver.com
서울시 중구 필동 2가 13-7 윤미빌딩 5층 ������ 블로그 blog.naver.com/cultureplus
올레 감수광
(느끼고 배우고 미친다 感修狂)
| ○책 명 : 올레 감수광 ○지은이 : 강민철 ○펴낸곳 : 컬처플러스 ○판 형 : 신국판 (별책부록은 4.6판) ○분 량 : 336페이지(별책부록은 80페이지) ○색 도 : 올컬러 ○ 값 : 15,000원 |
*보도자료 분량은 총 12페이지입니다.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글과 표지사진은 웹하드(www.webhard.co.kr) 있습니다
ID : newsroom7 PW: newsroom7 폴더 : 올레감수광
당근밭 무밭 마늘밭 사이로 걷다 보면 오름이 봉곳 솟아 있고 누렁소들은 서울손님이 다가서도 본체만체한다. 거뭇거뭇한 갯바위 너머로 물질하는 좀녀들의 숨비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들판에선 여행자의 가슴시린 이야기 한 자락에 억새꽃이 억억 운다.
<올레 감수광>은 올레길로 떠날 때 배낭에 쏘옥 넣고 갈 만한 책이다. 이른바 ‘올레여행 기본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우선 <올레 감수광>은 풍광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풍광 뒤편에 숨어 있는 아프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스토리들을 꺼내고 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쓴 이생진 시인이 추천사를 통해 말했듯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알고 걷는 것과 모르고 걷는 것과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레 감수광>은 오름과 섬과 마을에 얽힌 사연들에 대해 궁금해도 마땅히 물어볼 것이 없어 꾹 참고 지나쳐야 했던 여행자들에게 반가운 ‘올레 길라잡이’가 되어 줌으로써 여행의 즐거움을 200%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올레감수광>은 올레의 풍경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지만 올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마음을 적신다. 바다를 학교삼아 70년 동안 다녔다는 해녀 할망 이야기, 요리사를 지망하고 싶으나 허리통증을 앓고 있는 청년 이야기, 암실에서 근무하다 제주로 내려와 살고 있는 과수원 농장주 이야기 등이다.
그리고 <올레감수광>은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낸다. 우도올레에서 수평선 위로 보이는 섬이 여서도라는 사실과 12코스의 절경인 차귀도가 6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 어떤 제주 여행서에서도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특히 이중섭 화가의 주인집 어르신 초상화가 실존하고 있다는 내용도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아픈 사람이 아픈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올레 감수광>은 주홍글씨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쓰다듬는 여행책이다. 아름다운 풍광의 대명사인 제주의 이면에 감춰진 ‘유배인 추사 김정희’, ‘일제군사기지’, ‘4·3(사건)’, ‘몽골지배’ 등의 역사적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독자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한편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기 때문에 타지 출신 저자들이 종종 범하는 어색하고 겉돈다는 느낌 없이 제주의 감성과 속살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동시에 저자는 가슴 깊이 숨겨 두었던 개인적 이야기도 한 자락 꺼내면서 여행자들을 위로한다.
별책 부록 또한 알차다.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민박, 펜션, 맛집, 카페, 올레 무료셔틀버스, 콜택시전화번호 등 1,000여 개의 정보가 코스별로 빼곡히 들어 있어 든든한 여행가이드 역할을 한다.
<올레 감수광>은 누구나 올레로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한 권 사서 배낭에 넣고 갈 만한 여행서다. 이른바 ‘올레여행 기본서’다.
*올레 감수광은 '올레 가세요?를 뜻하는 제주어다. 저자는 올레 감수광에 올레 感修狂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새롭게 넣었다. 올레를 걷다 보면 풍광의 아름다움과 그 풍광 뒤에 숨은 이야기에 대해 느끼고(感) 배우고(修) 미치는(狂) 변화의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해서도 느끼고 배우고 미치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책 소개>
1년 동안 제주를 오가며 발로 쓴 ‘올레 여행 에세이’. 기존에 나온 올레 여행서가 다른 지역 출신의 저자가 쓴 책이라면 <올레 감수광>은 제주 사람이 직접 쓴 제주 냄새가 물씬 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뼛속 깊이 와 닿는다.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일하다 말고도 오름에 오르기 위해, 폭포를 보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사무실 그의 자리 옆에는 항상 배낭과 카메라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자는 꼬박 1년 동안 330km를 걸었다.
올레는 유명세를 많이 타지의 도보 여행자들이 많이 찾지만 조금 더 제주의 속살을 느끼기에는 어렵다. 이를테면 오름이나 섬이나 마을에 대해 궁금증이 일어도 마땅히 물어볼 데가 없다. <올레감수광>은 그럴 때 펼쳐보면 좋을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올레 감수광>은 ‘보는 여행’을 넘어 ‘듣는 여행’을 가능케 한다. 제주 출신 저자는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 주변의 풍광을 보여주면서 거기에 어린 유래나 전설을 한 자락 한 자락 펼쳐 낸다.
올레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올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아름답다. 그중에는 어릴 적 애기바당에서 물질을 배웠다고 하는 땅콩 파는 할머니 ‘이금선 할망’(43쪽), 70년 동안 ‘바다학교’ 다닌 순덕이 어멍 권옥화 씨(87쪽), 서울 평화당인쇄소의 암실에서 일하다 제주에 내려와 40년 동안 귤과수원을 경영하며 살고 있는 정굉대 씨(155쪽), 요리사가 되고 싶으나 인천에서 내려와 올레를 걸으며 진로를 고민 중인 30대 청년(165쪽) 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또한 가파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 가파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 선생님 ‘저스틴 크리스마스’(212쪽)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올레 감수광>은 풍광의 아름다움만을 묘사하는 단순한 여행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문책의 무거움을 추종하지만도 않는다. 올레라는 프레임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광각렌즈로 소개하는 동시에 제주의 아픔에 대해서는 망원렌즈로 당겨 독자로 하여금 여운을 남게 만든다.
저자는 올레길을 걸으며 발견한 보석과 같은 제주의 문화를 잘 소개하고 있다. 젊은 상군 해녀들에 비해 힘이 부치는 고령의 해녀들을 위해 따로 바다를 구획지어 수산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할망바당을 배려한 공존의 문화, 아들을 이웃집 아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눌타리와 비교함으로써 아프지 않게 채근하는 친자연주의 문화, 아들이 장가를 들고 며느리가 아이를 낳으면 안채를 내주고 바깥채로 나가는 고부간의 신속 명확한 민주주의 문화, 정낭에 걸쳐진 통나무 개수만 봐도 주인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디지로그의 문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이 밖에도 우스갯소리로 하늘 아래 가장 큰 정당이라는 ‘괸당’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반 발자국 좁혀 주는 ‘삼춘’ 등도 들으면 독특하고 재미있는 문화다. 또한 제주에서 가장 심한 욕은 ‘몽고놈의 자식’이라는 것도 역사적 배경을 들어가며 설명한다.
<올레 감수광>은 제주올레에 대해 다루지만 이야기의 범주가 제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제주에 날개 달린 장사가 날 것을 염려해 황명을 받아 내려온 송나라의 호종단, 100년간의 몽골의 지배와 명나라의 병마 요구, 일본 군국주의와 알뜨르 비행장, 하멜과 효종,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도민을 살린 김만덕과 영의정 채제공, 정조 등 제주와 연관된 곳으로 선을 긋다 보면 어느덧 독자 자신에게도 선이 그어져 있다.
또한 저자는 지금까지의 제주 올레 책에서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보여준다.
또한 우도올레에서 수평선 위로 보이는 섬이 여서도(33쪽)라는 사실과 12코스의 절경인 차귀도가 2개의 섬(차귀섬, 누운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6개(지실이섬, 상여섬, 생이섬, 형제섬, 차귀섬, 누운섬)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 등은 제주 여행서에서는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252~253쪽). 특히 여행 중에 만난 막내딸로 부터 전해 들었다고 하는, 이중섭 화가의 주인집 어르신 초상화가 실존하고 있다는 내용은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다(128쪽).
저자는 개인적으로 제주섬을 샛집 드나들듯 다니다 아예 정착해 살았던 사진작가 김영갑의 뼛가루가 뿌려진 두모악갤러리의 감나무 아래서 발길을 옮기지 못해 서성거린다. 그리고 가파도를 거닐다가 급기야는 “나를 이곳으로 유배보내 달라”고 외친다. 가파도는 마라도보다 큰 섬이지만 국토 최남단이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마라도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해 왔다. 그런 탓에 가파도는 마지막 순수와 청정이 남아 있다. 4월이면 청보리 물결이 섬을 출렁이게 하는 가파도는 해변에 앉아 본섬 제주를 바라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본섬 해안의 3분의 1이 다 보인다.
그런가하면 저자는 아들 못 낳는다고 아버지의 구박과 폭력에 시달렸던 어머니, 유방암 말기로 다섯 살배기 아들놈과 세 살배기 딸년을 두고 세상을 떠난 누나 이야기 등 개인적인 아픔도 꺼내 상대방을 위로하고 있다.
올레감수광은 풍광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사연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올레의 스토리텔링을 지향한다.
◐ 별책 부록
별책 부록은 올레 가이드의 바이블이다. 항공편으로부터 시작해 선박, 제주도 내 콜택시, 숙소, 맛집, 카페 등 1,000여 개의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어 든든한 여행가이드 역할을 한다.
우선 제주까지 내려가는 교통편(10여 개)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비행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배편 시간과 뱃삯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특히 장항-제주 배편은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올레코스별로 정리된 볼거리(150여 개)와 1만 원에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민박뿐만 아니라 펜션, 그리고 요즘 여행자들로 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정보(300여 개)를 비롯해 향토음식을 판매하는 맛집(200여 개), 분위기 있는 카페 및 휴게소 등 쉼터 정보(50여 개)가 빼곡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밖에도 제주에 늦게 도착했을 때 묵을 수 있는 터미널 주변 숙소의 주소와 올레코스로 가는 무료셔틀버스 운행시간표, 올레코스 시작점 찾아가는 길, 지역별 콜택시 전화번호, 한라산 등반 정보, 오일장 정보, 제주향토음식 정보, 택배 정보, 알아두면 좋은 제주 생활어 45 등 현지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크고 작은 여행정보(290여 개)가 알차게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제주어를 잘 구사하면 귤 하나도 더 얻어먹고 방 하나도 싸게 구할 수 있다고 귀띔한다. 그중 가장 쉬운 1단계 제주어 중의 하나가 ‘올레 감수광’이다.
<본문 내용(일부)>
(34페이지) 섬에서 보는 섬 ‘여서도’
성산항을 출발한 도항선은 15분여가 흐르자 하우목동항에 닿았다. 배에서 내려 방파제를 서성거리다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다. 아득하게 먼 수평선 위로 새끼손가락 손톱크기만큼 될까말까한 뭔가가 도드라지게 보였다. 가만가만 바라다보니 그건 분명, 섬이었다. 바닷바람 세차게 몰아치고 새털구름마저 산만스러운데도 섬의 윤곽은 또렷했다. 바다안개라도 스쳐 지나가면 흔적 없이 지워질 듯 작았지만 바라보는 내내 수평선을 오롯이 지키고 있었다. 본섬을 등지고 외딴 섬으로 오자마자 먼 바다 너머로 또 하나의 고도孤島를 목격하는 것은 신기루를 보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섬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같은 배에 탔던 민박집 할망을 붙잡고 무슨 섬인지 물어 봤다.
“어느 섬 마씀? 어느섬 말입니까? 아~저거. 여서도 마씀. 여서도입니다 날씨가 좋을 땐 자잘한 섬 서너 개 더 보입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 나는 중학교 다니는 아들놈의 사회과부도를 펼쳐 보고서야 할망이 일러 준 여서도가 전남 완도군 청산면의 여서도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할망이 말했던 날 좋을 때 보인다는 자잘한 섬 서너 개는 도대체 무슨 섬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 보고 행정관청에 물어 봐도 딱히 답을 얻을 수 없었다.
(68~69p)이어도를 영혼에 인화한 ‘김영갑’
아름다운 제주의 오름과 바다에 반해 20년 가까이를 제주에서 살며 ‘비밀화원’을 가꾸었던 말총머리 사진작가가 있었다. 고故 김영갑.
그가 생전에 공들여 지은 두모악 갤러리에 들러보자.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으로 정상에 봉우리는 없고 대신 백록담이란 분화구만 있어 ‘머리가 없는 산’이라 뜻으로 두무악頭無岳으로 불렸던 데서 유래한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영갑은 제주인 그 이상으로 제주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는 1982년부터 3년 동안 샛살림하듯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사진을 찍다 제주섬만이 가진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제주에 둥지를 튼다. 그 뒤 김영갑은 눈을 감을 때까지 오름과 바당바다을 오가며 노인과 해녀, 들판과 구름, 오름과 억새 등 제주섬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는다. 시인 정희성은 김영갑이란 이름 앞에 ‘이어도를 영혼에 인화한 사진가’란 수식어를 붙였다. 딱 들어맞는 표현인 것 같다.
섬사람들은 카메라를 메고 오름을 이리저리 휘저어 다니는 말총머리 남자를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 김영갑은 어떤 때는 간첩으로 오인받아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고 또 어떤 때는 가수로 착각한 사람들로부터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저자>
글․사진 강민철
제주에서 태어나 오름과 바다를 바라보며 자랐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녔다. 그로부터 이십여 년 동안 표준어를 배웠지만 아직도 미숙하다. 급할 땐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제주어가 튀어 나온다. <제민일보> 기자와 월간 <우리문화>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을 비롯해 영암, 안동, 안성, 고령 등의 문화관광축제 홍보대행을 수행했다. 뒤늦게 대학원에서 PR을 전공했으며 PR은 앵글이라는 생각으로 인간과 사물의 숨겨진 각을 잡아내어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을 즐긴다. 오름과 마을과 바당을 지그재그로 이은 올레는 제주섬이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문화를 배우고 급기야는 제주에 미치게 하는 마법의 앵글을 지녔다. 아침 일찍 가슴 시린 사연 하나씩 배낭에 담고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올레감수광感修狂’이라고 인사를 건네고 싶어한다. 현재 홍보회사 (주)컬처플러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mckang999@hanmail.net
010-2238-7053
<프롤로그>
제주의 속살을 보고 싶은 당신에게
고향 제주는 내게 아픔이다.
누구의 고향인들 다 좋기만 하겠는가마는 유독 내게 고향은 붕대 하나 감지 못한 상처다.
나에게 제주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병마에 누이 둘을 하루아침에 잃어 언 땅에 묻은 곳이고, 아들 못 낳은 어머니가 구박받던 곳이고, 유년 시절 바다에 둘러싸여 유배지처럼 갑갑하게 느껴졌던 곳이다.
그런 연유였을까. 서울로 떠난 이후 1년에 한 번씩 추석 명절에 오고가다 아예 발길을 끊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고향을 탓할 주제가 못 된다.
성산포에 유채꽃이 피었느니,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느니 하는 고향 제주의 소식들에 무심히 지내다 보니 어느덧 제주에서 보낸 시간과 서울에서 보낸 세월이 거의 비슷해졌다. 이제야 제주 바다에서 적당한 거리로 헤엄쳐 나온 느낌이다.
어느 날 열세 살 난 초등학생 아들놈의 등짝을 장롱에 붙여 놓고 키를 재다가 문득, 내 고향 제주가 생각났다. 생각하면 뭔가 흙탕물 같은 것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느낌인데 산들산들 봄바람 부는 날 한바탕 해원굿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고향 제주에 내려가 한라산을 오르고 바닷가를 거닐다 우연히 열세 살의 나와 해후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앉아 있는 그 소년의 눈물을 닦아 주고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때 마침 올레가 새로운 문화 코드로 만들어져 세간에서 한참 주목을 받고 있었다. 쾌재를 불렀다. 집에 이야기할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제주국제공항에 내렸다. 하루에 한 코스씩 올레를 걸었다. 올레의 본뜻은 마을길과 집을 이어 주는 돌담길이다.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마을과 오름과 바다를 이어 새로운 문화 코드로서의 올레를 만든 것이다. 올레는 제주의 속살을 만져 볼 수 있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내게 제주사람들은 물었다. “어디서 와수광?”어디에서 오셨나요? 나는 무장간첩처럼 말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 제주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객관적으로 고향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에 죄를 짓는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쌀밥 먹은 말투로 고향 사람들을 대했다.
나는 그렇게 제주를 돌아다녔다. 우연히 올레꾼들을 만나 길동무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들은 제주를 볼 뿐 듣지는 못하는 듯했다. 그들은 밭 가운데 무덤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왕왕 목격해도 왜 그렇게 묘를 쓰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마땅히 물어 볼 데도 없어 궁금증을 참고 그냥 걷기만 했다. 나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어떤 길인지 알고 걸어야만 제대로 길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주의 오름과 바다는 첫사랑 여인처럼 아름다웠다. 모진 바람과 거친 파도에 깎인 갯깍은 날카롭고 거칠게도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아름다운 턱선을 드러내 놓고 있다. 제주 섬은 무릉도원의 절경이 한 폭 한 폭 펼쳐지는 부채와 같다. 오름에 올라서면 섬들이 그림처럼 바다에 떠 있고 조각보 같은 밭과 형형색색의 지붕들이 조화를 이루며 삶을 노래하고 있다.
혼자서 길을 가다 신기루처럼 목격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보면 때론 한 코스마저 다 가지 못한 채 인적 없는 밭길이나 바닷가 숲길 한가운데에서 해가 떨어져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형님뻘 되는 동네 아저씨가 도와주었고 민박집 아주머니가 트럭을 몰고 나타났다. 귤밭에서 만난 제주 할망들도 두손 가득 햇귤을 나에게 내밀고는 배낭에 귤을 다 넣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섰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제주에 대한 아픔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와중에 내가 발견한 것은 제주 역시 아픈 상처가 많다는 것이었다. 제주는 상흔의 땅이다. 세상의 칼에 베여 목숨만을 부지한 채 성난 바다를 건너오던 먼 유배의 땅이고, 민초들이 몽골의 말발굽에 짓밟혔던 통한의 땅이고, 부모 형제들이 총탄과 죽창에 서로 죽임을 당했던 ‘4·3’의 땅이고, 일본군이 제국주의 망령에 휩싸여 오름과 바닷가에 동굴을 숭숭 파놓았던 식민의 땅이고, 미국과 일본이 세력을 확장하는 교두보로 삼기 위해 혀를 날름거리며 욕망을 표출했던 보석의 땅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제주 섬에는 보석과 같은 문화가 존재한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할망바당’과 같이 더불어 살기를 꾀하는 공존의 문화가 내재하고 있고, 인간과 인간을 비교하지 않고 인간과 식물을 비교하는 친자연주의 문화가 남아 있다. 또한 전 재산을 내놓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김만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흘러오고 있고, 고부간의 배턴 터치가 신속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가족 민주주의의 문화가 있고, 손님은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정낭에 걸쳐진 통나무 개수만 봐도 정보를 알 수 있는 디지로그의 문화가 존재한다.
이처럼 제주가 간직한 문화를 속살까지 잘 보여주는 것이 올레다. 번잡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마을과 오름과 바다를 이어 만든 올레는 자동차로 다닐 수 없는 길이다. 좁다란 밭담길, 울퉁불퉁한 바당길, 구불구불한 오름길, 한적한 마을길은 도보 여행자를 위한 좁은 길이다.
아름다움과 상처를 동전의 양면처럼 간직한 제주 올레는 도보 여행자로 하여금 잠시나마 아픔과 고통을 잊게 하면서 다시 새로운 희망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신비스런 힘을 가졌다.
그런 점에서 제주어로 ‘올레 가세요?’를 뜻하는 <올레 감수광>은 그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올레 감수광>은 제주의 올레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 자연을 느끼고(感) 문화를 배움으로써(修) 올레의 진정한 가치에 더욱 미치게 되는(狂)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변화와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좋은 말벗이 될 것으로 자못 기대해 본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도 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는 길을 내고 누군가는 길을 걷는다. 한여름날의 땡볕 같은 열정으로 잊혀진 길을 되살리고 끊긴 길을 다시 이어 올레길을 내고 있는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직원과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또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부족한 필자를 위해 도움을 주었던 배규호 편집장·염아영 주임, 홍석문·장은미 디자이너, 그리고 부록 자료 조사를 거들어 준 김명희 씨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세 여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전화 통화만 하면 당신의 서러움과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쳐 눈물만 흘리는 제주의 어머니와, 나를 사위라 부르지 않고 아들이라 불러 주시는 고마운 서울의 어머니와, 늘 일에 치여 사느라 가정은 뒷전인 무심한 나를 그래도 지아비라고 아침 저녁으로 계란프라이를 해 주는 사랑스럽고 현명한 아내 고혜란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올레길에서
강 민 철
<에필로그>
길에서 생각나는 사람
올레길 종착지에 도착한 어느 초겨울 날 스멀스멀 사위가 어두워지더니 이내 암흑이 되었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 한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잘까, 근처에 있는 시골 어머니집에서 잘까.
아버지의 구박과 폭력에 시달렸던 어머니는 아랫눈썹에 나 있는 눈물점을 지워도 행복한 삶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 자식들이 토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얀 종이를 꺼내 놓고 도장을 눌렀습니다. 하루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던 어머니는 지금 따뜻한 분을 만나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어릴 적 올레로 나와 손짓하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동네 점빵에서 우유, 맥주, 소주, 오란씨, 쌀음료, 손에 집히는 대로 사고 중산간 순환버스를 탔습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와 잠을 잤습니다. 나는 드라마를 보다 잤고 어머니는 나에게 말을 걸다 발아래서 잤습니다.
새벽녘 팔이 아파 잠을 못 이루는 어머니에게 파스를 붙여드리고 애인처럼 어머니를 안아드렸습니다. 우리는 뜨끈뜨끈하게 각재기국(전갱이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동 트기 전 어머니는 귤을 따러 집밖으로 나가며 나를 눈에 가득 담는 듯했습니다. 아침부터 조그마해진 어머니의 두 눈이 붉어지는 것 같아 문을 닫았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잿빛입니다. 부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의 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을, 알고 걷는 것과 모르고 걷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내 눈으로 보면 되지만, 자연 속에 깊게 파묻힌 영혼의 아픔은 그 아픔을 아는 사람이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르게 된다. 제주의 올레길은 더욱 그렇다. 길을 걸으면서 ‘올레감수광’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이생진 |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시인
제주는 풍광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아름답습니다.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는 올레를 걸으며 아름다운 사연과 만나 보세요. 올레 이야기를 소담스럽게 담은 이 책을 제주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고두심 | 탤런트
올레가 생긴 뒤로 제주를 건넌방처럼 드나든다. 길을 걷다 보면 바당과 오름과 유채꽃과 돌담과 섬들에 얽힌 사연이 궁금해질 때가 많다. 이 책은 올레꾼들이 혼자 길을 가다가 제주에 대해 궁금할 때 펴보면 좋은 책이다.
일송 김성진 | 다음카페 ‘간세다리’ 카페지기
샘플로 보내온 원고를 읽으며 오랜만에 싱그런 제주바다의 갯내음을 맡았습니다. 가파도 좁은 돌 틈으로 나고 드는 바람결에 묻어나는 청보리밭 추억담도 들었습니다. 오름과 바당을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들고 다시 올레길을 걷고 싶습니다.
김효용 | <성공의 문을 여는 7키>의 저자
<차례>
프롤로그_제주의 속살을 보고 싶은 당신에게
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
구불구불 오름길 걷다 보면 달이 뜨네 17
제주섬 사람들을 닮은 ‘당근’ 18 | 가족회의 중인 누렁소 세 마리 20 | 국회의사당도 볼 때마다 달라 20 | 마을과 성산일출봉을 잇는 ‘성산고도’ 24 | 그 시인은 어느 바위에 앉아 술을 마셨을까 27 | 햇빛 비치는 광치기 해변 30
1-1코스 우도 올레
애 낳고 사흘 만에 물질 가던 바당 33
섬에서 보는 섬 ‘여서도’ 34 | 소처럼 누워서 본섬을 호령하네 34 | 우윳빛 보석 ‘홍조단괴해빈’ 36 | 까마귀와 물새의 군무 38 | 바다에 두 발 묶인 좀녀 석상 39 | 귀여운 애기상군 42 | 공존의 바다 ‘할망바당’ 44 | 늙은 선장처럼 먼 바다 바라보는 옛 등대 47 | 풀 뜯는 소와 ‘톨칸이’ 48
2코스 광치기~온평 올레
두레기 담에나 오른다. 니는 뭐에 오를티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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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라님의 댓글
- 전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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