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7대 자연경관 후보지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성산일출봉. 12일 이곳에서 흥겨운 풍악이 울려퍼질 수 있을까. 제주가 세계7대경관에 선정될 경우 이곳에선 성대한 음악회가 펼쳐질 예정이다. <제주의 소리 DB> |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한 세계인들의 투표가 11일 오후 8시11분(이하 한국시간) 마감되면서 제주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될지 결과만을 남겨두게 됐다.
투표 결과는 이튿날인 12일 오전 4시7분에 이 이벤트를 주관하는 스위스 뉴세븐원더스 재단 홈페이지(www.new7wonders.com)를 통해 발표된다. 투표 마감과 결과 발표 사이에 시간적 텀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투표 마감 후에는 집계시스템 접속루트가 차단돼 투표를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7대경관은 세계인들이 참여하는 문자, 전화, 인터넷 투표를 합산해 선정한다. 총 10억명 가량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7월7일 '세계 신(新)7대 불가사의'를 선정할 때 인터넷, 전화투표 참여자가 1억여명이었으니 그새 관심과 열기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이번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에는 제주를 비롯해 28개 후보지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쟁쟁한 지역들이 7위 안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투표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지를 둔 나라마다 정상들이 총대를 메다시피 했다.
이들 나라가 세계7대 자연경관의 파급효과를 어떻게 보는지 엿볼 수 있다.
제주는 다른 곳보다 출발이 늦은 편이다. 1차(2007년 7월~2008년 12월), 2차(2009년 1~7월) 예선을 거쳐 후보지를 77곳으로 압축하고, 3차 전문가 심사(2009년 7월7~21일)에서 최종 후보지 28곳을 가릴 때까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0년 12월13일, 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정운찬)를 출범하면서부터. 같은달 30일에는 범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부만근)가 출범했다.
이 때도 국민적 관심은 별로였다. 올 1월14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투표에 참여하면서 투표 운동에 불이 붙었다. 제주만의 현안이 아니라 국가적 아젠다로 발전한 것이다. 3월10일에는 국회가 지지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국내외에서 추진위가 구성되고 투표행렬, 성금 기탁 행렬이 이어졌다.
일련의 노력에 힘입어 작년말까지 하위그룹(15~28위)에 속했던 제주는 해가 바뀌자 1~4월 연속 투표 증가율 1위를 내달렸다. 5월에 2위로 밀렸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 후로는 투표증가율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7~9월 연속 상승한 4곳에 이름을 올렸다.
뉴세븐원더스 재단이 지난 6일 중간집계 결과를 발표할 때도 제주는 '톱10'에 들었다.
28개 후보지 중 제주는 원래 국제적 인지도가 떨어졌지만 다른 후보지와 비교되는 강점을 지녔다.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등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을 달성한 유일한 지역이다. 여기에다 예비심사 당시 7가지 테마였던 섬 화산 폭포 해변 국립공원 동굴 숲을 모두 갖춘 유일한 후보이기도 하다. 다른 후보들은 1~2가지 테마에 그쳤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는 "제주는 세계에 몇 남지않은 자연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뉴세븐원더스 재단 장폴 이사는 "제주는 자연과 인간, 문화가 밀접하게 공존하는 곳"이라며 세계7대경관 선정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래도 범국민추진위나 제주도가 안심할 수 없었던 것은 경쟁 후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 현직 정상이 발벗고 나서거나, 이웃한 나라끼리 공조체제를 구축하는가 하면, 세계적 종교지도자들이 자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몰고갔다.
제주도와 범국민추진위는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가 따를 것으로 보고있다.
10억명 이상의 투표 과정이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홍보효과를 가져다줬고, 대한민국 국격과 제주 브랜드가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만 놓고 봐도 '세계의 보물섬'이란 이미지가 굳어져 관광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서비스업, 제조업 등 산업 전반으로 그 효과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발전연구원은 매년 6300억~1조3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예상하기도 했다. 이는 중형 승용차 5만대 수출효과와 맞먹는다.
그간 공무원 동원, 혈세 낭비,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공신력 등 여러 논란이 따랐지만 선정 자체로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는 점에는 대개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근민 지사는 "산천초목이 없어지지 않는 한 새로 뽑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바람대로 세계인들이 제주를 선택할지 결정의 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