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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대정향우회 2010 한마음 가족 잔치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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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경 대정향우회 2010 한마음 가족 잔치를 다녀와서

 

 한폭의 맑고 아름다운 봄하늘 아래 연초록 블라우스 갓가지 멋으로 걸쳐 입고,  긴 허리 내민 문지기 나무들이 맵시를 부리며 우리를 반긴다.  손에 묻을 듯 한 자연의 물감에 흠뻑 젖어, 님을 그리는 정열의 유혹으로 물오른 철죽들도 만삭의 봄 한 가운데서 멋스러움을 뽐내느라 야단이다.  유난히 심술사나웠던  봄자락에  온 세상을 힘들게 한 궂은 일과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 샤넬 향수 듬뿍 바른 보라빛 라일락꽃들도  싱그런 체취를 운동장 가득 실어 나른다.

 학교 담장 밑에서도 때 맞추어 작렬한 키 작은 무명 방초 야생화의 코사지 포인트가 그에 질세라 자신을 뽐내며 시선을 모은다.   꽃잎에 기대어 꽃이 되길 칭얼대며 화사함을  달지 못한  풋생이들도, 오롯이 파릇한  태생적 잡초의 설움에, 슬픈 운명을 벗으려  겹겹이 양어깨에 청초잎을  매달고 뛰쳐 나온다.  無花 속에 숨겨 둔 꽃보다 더 진한 환영 일색 열정에  사이좋던 질서 버리고,  어깨죽지 다투며  밝게 몽생이를  맞이한다.

 茫茫大海에서 하루를 멀다하고 모질게 매질하며 몰아치는 거센 바람과 격한 바다가 있었던 그 곳,  염분 절은 세찬 바람과 함께 자라야만 했던 우리,  그들과 당당히 마주하며 강인한 인내를 배웠고, 그 험한 돌코지에서 집채만한 파도에게 야무진 자생력을 배운 고향의  몽생이들이 모이는 날이다. 

  풍부한 자원의 청정 바다와 한라산 정기를 품은 보드라운 화산재의 비옥한 토양을 모슬봉 아래 자락에 내려준 천혜의 고향 대정읍 출신들이, 오늘은 서울에서 넓게 멍석을 펴고 신명나게 놀이 마당을 펼치는 날이다.  모슬봉의 기상 아래 각 분야에서 열심히 대정읍의 명예로운 연혁을 만들어 온 똘똘한 몽생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잠시 잊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서로 나누며 푸석 푸석한 세월의 그늘을 칭찬과 격려로 지우는 날이기도 하다.  탐라국내 어디에도 밀리지 않았던 요망진 기질을 만들어 낸 자부심의 집합소 모슬봉 허리자락을 그리워하며 한양에서 일년 동안의 활동을 축하 하는 자리이다.     그 특유한 몽생이의 氣에 감동한 신께서도 오늘 만큼은 청명한 하늘을 넓게 펼쳐 주신다.

 향우회가 열리는 교정 안에서는 벌써 고향의 정서를 듬뿍 담은 구수한 사투리가 귓가에 정겹게 들리기 시작한다.  짧지 않은 긴 거리에 그리움의 다리를 놓아 시골에 막 도착한 듯, 모슬포의 따뜻한 훈풍으로 독특한 우리만의 전용 언어의 향기가 넘쳐난다. 마치 모슬봉 아래녘을 통째로 옮겨온 듯 하다.

 세월의 길이에 수 놓느라 색소 배열의 균형에서  멀지기 벗어나 흰 솜보숭이를 힘들게 이고 있는 어르신 선배님들,  반백의 머리와 넓어진 이마로 옛 기억을 더디게 한 선배들께서도 오셨다. 세속의 험로를 혼자 독식하며 삶을 그려 온 선배같은 후배들의 모습도 보인다.  세속이 만든 질궂은 삶의 시간에 어떤 장사도 깊어지는 이마의 줄금을 붙잡을 수는 없나 보다.

 곳곳에 희미한 기억의 형님 누나들이 도란 도란 모여 앉아 애틋한 고향 소식과 묵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반가운 모습들이다.  그 옛날 선배들의 생활속에 함께 스며 있는 고도의 승마 폼에 버금가는 멋진 말타기의 모습하며, 몰구르마(마차)위에 올라서서 신작로를 힘차게 달리며 날카로운 회초리로 청년의 기상을 뽐내던 형들의 모습도 보인다.  검정색 교모를 누렇게 탈색 시켜 둥근쪽을 일부러 가위로 자르고, 다시 굵고 하얀 광목실로 티나게 꿰메고 다녔던 형들 하며,  교복 호크와 윗 단추 몇 개를 풀어 재끼고 차부 동네를 팔자걸음으로 활보하던 씩씩한 형들도 엷게나마 그때 그 스타일을 간직 한 채 멀리 서 보인다.  문화 생활이 넉넉치 못한 시절, 당시 유행했던 십오인치 나팔바지에 허름한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수많은 누나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던 선배들 역시  오셨다.  세월을 삼켜온 시간의 마수가 질풍노도의 시대를 풍미 했던  멋있는 선배들의 열정을 황혼 빛 능선 아래로 옮겨 놓았다.  아직도 어린 시절 한 때나마 맹목적 시각으로 부러워 했던 강렬한 우상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오늘은 향우회의 연중 행사 중  제일 큰 행사의 무게를 짐작하 듯 멀리 고향에서도 무려 서른 분 이상의 축하 내빈께서 바쁜 스케쥴을 뒤로 한 채 대거 참석 해 주셨다.   항상 재경 제주인들의 깊은 연대와 애향심을 고취 시키며 우리들의  응집력을 대변해 주는 제주도민회와 기타 여러 기관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석 해 주셨다. 

 우리 대정초교 제60회 재경대몽회의 5월 모임도 대정향우회 잔치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짙은 향수를 느끼기로 하였다. 우리 모임의 모태인 재경 대정 향우회 가족 잔치의 영향력이 대단하기는 한가 보다. 참석 인원도 예년 보다 훨씬 많이 모였으니, 어쩌면 객지에서 오십줄이 지나며 함께 무거운 세월을 이고 있는 선후배와 고향의 그리움이 점점 더 진해져 가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의 모임 역시 매월 정기 모임의 진부함은 커녕 서른밤의 거리가 왜 이렇게 길까 하는 행복한 물음 위에  탁 트인 야외의 시원함으로 밀린 이야기들을 쏟아 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향우회의 알찬 기획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자아내게 한 체육 행사도 재미있는 놀이 가운데 하나였다.  옛날 모두가 삼춘이었고 정다운 괜당이었던 그 고향 마을 지명 모습 그대로 팀을 만든 주최측의 꼼꼼한 성의가 돋보였다.

 어릴 적 운동회 날,  잠시 일손을 접고 정성스리 맛있는 특별 벤또(도시락)를 준비하고 기특한 자식을 보러 오신 학부모님들이 생각 난다.  학교 울타리 옆에서  까치발도 모자라 하늘에 닿을 듯한 기린목을 내밀고, 먼 발치 이쁜 자식의 눈사인을 학수 고대하며 행복한 미소로 바라 보았던 게임도 연출하였다.  엄마의 응원을 등에 업고 힘차게  높이 던졌던 추억의 청군 백군 오재미 게임과  똘똘 뭉치는 협력과 합심의 원천인 줄다리기 그리고  달리기 등 여러 게임으로 잊혀져 있던 고향의 정서를 한층 끌어 냈다.

 다양한 메뉴의 식사 또한 푸짐한 하루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읍내에서 즐겨 먹던 저마다의 참 맛을 찾아 향토 음식을 준비하려 애쓴 모습 또한 보기 좋았다. 우리 고향 횟감의 대명사인 최고의 자리회는 역시 고향 무대 어디를 가나  감초의 역할이다. 무서운 도감 하르방도 없었고 온종일 무한 리필이었으니, 어쩜 추억의 가난한 옛날이 그립기도 하였다.

 속을 풀어주는 몸국을 볼때면 갑자기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작은 추억에 잠시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시절,  무서운 도감 하르방의 통제에서 그나마 융통성의 리필이 두어차례는 허용이 된 돗괴기와 순대를 삶았던 구수한 몸국이  옛 추억을 더욱 그립게 한다.

 온 종일 고향의 정취에 취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싫은 우리들에게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준비한 경품행사도 재미 있었다. 초딩 시절, 소풍 나들이 보물 찾기에서 한번도 이루지 못한 동심의 간절한 소원을 추억하며 “꽝”이 아니길 기도해 보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하루 종일 고향의 정, 아니 우리 모두의 정이 차곡 차곡 쌓여 있는 행운의 선물을 받고 운동장을 나서는 몽생이 가족들은  발걸음이 얼마나 행복 했을까 !

 다양한 상품 준비로 가능한 한 많은 가족에게 기회를 나누려 애쓰는 모습 그리고 동향의 정을 많이 남겨주려는 진행의 재치에 흐뭇함을 보낸다.

  시골 인심의 넉넉함을 기억하게 하며  유종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주최측의 배려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오늘 펼쳐 놓은 정겹고 의미있는 향우회 가족 잔치는 주최측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짜임새 있는 기획력 그리고 재경 대정 향우회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 즐거운 행사였다.  한치의 실수도 없이 매끄러운 진행으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관계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각자의 일상이 녹녹치 않은 객지 생활에서 고향의 애정 가꾸기에 열정을 잃지 않고, 향우회와 산하 조직인 체육 동우회의 중심 역할을 동시에 맡고 대정 몽생이들의 조직 배양에 최선을 다하며 모슬봉의 氣를 항상 불어 넣어 주는 모든 분들께도 고마움을 드린다.

 우리에겐 아직도 영원히 간직하고, 계승하고 싶은 제주도의 토속적이고 고유한  생활 양식이 몸에 남아 있다. 모두가 삼춘, 괜당으로 끈적하게 생성된 자랑스런 국가 무형문화재급의 독특한 고향 풍습이 급속한 시대의 조류에 떠밀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금이 서서히 녹아 없어지 듯 제주의 특수화가 아닌 거대 한국화에 자취를 잃어 가는 걱정스런 상념이 교차한 하루이기도 하였다.  날로 고향 신세대 후배들이 사용하는 토속 언어의 가용 어휘 마저 점점 도시화하여 고향의 건강한 바람과 맑은 흙내음으로 만들어진 고유한 방언이 사라지고, 경계선이 없었던 삼춘과 괜당의 지척이 자꾸 멀어져가는 시대의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 날 눈부시게 발전하는 복잡 다양한 첨단의 사회에서  명예와 성공을 사치스럽게 표현하며 현실 안주에만 전념할 때, 자칫 간과하기 쉬운 고향의 정서를 되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각자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그리움을 이제 다시 찾을 수 없는  아쉬움으로 만 여기며 오로지 현재의 삶의 축에만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한양의 몽생이들이 가식 없이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의 뿌리를 자양하며 살아온  옛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하루였다.  종일 가득 잠시 뭍으로 출장온 모슬봉의 기상을 흠뻑 마시며,  행여나 선후배들간에 그동안 돌돌 말아 두었던 긴 시간의 길이에 묻혀버린  기억의 어색함 마저도 말끔히 씻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마치 신영물 윗동네 5일 장터에서 모두를 만난 것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추억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었던 날이었다.  천혜 자연의 보고에서 태어난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행복이 오버랩 되는 의미있는 하루 바로 그 기분이었다.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2010. 5. 2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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